합리적 양다리

합리적 양다리

정우야. 편하게 불러본 적 없는 이름이 목구멍에서 안 나와 김정우 앞에서 한참을 씨름한 김여주는 영혼이 탈탈 털린 것 같았다. 하는 말마다 황당해서 야!!, 소리를 지른 것도 오늘이 처음인 마당에.. 이름을 불러달라니. 이 무슨 황당한 요구인지. 하지만 오 분이 넘어간 시점에 나재민이 어떤 미친 짓을 할 지 몰라 불안해진 김여주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눈...

합리적 양다리

: 만약 나재민과 김여주 사이를 김정우가 끼어들었다면.. 자그마치 이십 년 가까이 한 사람만 바라본 세월을 지고지순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정도가 도를 넘어도? 순정이 마치 몸을 포박한 철근 더미 같아도? 태블릿 너머로 통화 시간이 삼십 분을 넘어가는 동안에도 감시는 계속됐다. 방에서 거실로 나가 쭉 돌려주며 집이란 것을 확인시켜준 것도 모자라 핸드폰으로 지...

불합리한 동거의 미학

일년 후 각방에 부여된 의미가 사라지고 어디 가서 말도 못할 난잡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동의도 없이 다짜고짜 결혼해서 아기부터 갖자던 김정우 말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이 발언을 알게 된 나재민이 한동안 독기가 바짝 올라서 집안 꼴이 말이 아니기도 했다. 처음을 반강제로 시작했던 동침은 포기가 익숙한 김여주에 의해 일상이 됐다. 전과 달라진...

어느 방면으로도 쌍방향이 성립되지 않는 동거였다. 모두의 동의를 얻은 한집살이였지만 그 누구도 모여있길 원했던 사람은 없었다. 집은 늘 사람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갔다. 매일 싸움판의 연속이었다. 감추는 시늉이라도 하던 초반과 달리 점점 대놓고 저격하고 어떻게든 서로를 물어뜯었다. 중간에서 김여주는 언제나 같은 자세를 취했다. 철저한 방관. 말리는 시늉도 ...

김정우 나재민

* 본편과 달리 여기선 여주가 정우를 좋아하지 않고, 과거에 재민을 싫어하지도 않았음 *강제성 주의 칠 년 동안 김정우 이름이 불리는 순간에 김여주가 따라붙지 않은 적 없었다. 김정우는 극도로 예민한 편이라 센터 내에서 통제 불능의 센티넬 리스트 중 하나였다. 작전을 나가서도 심사가 꼬이면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상대 센티넬, 심지어는 가이드까지 죽이고 돌아오...

집을 뒤질수록 김여주는 착잡해져 갔다. 몇 번을 왔었지만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던 옷장엔 택도 떼지 않은 여자 옷이 대부분이었고, 해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겠다며 관심 두지 않았던 냉장고와 선반에는 김여주 기호에 맞춘 식품들밖에 없었다. 서랍 속엔 몰래 사람을 붙여 감시하던 일상의 사진들이 가득했다. 집주인이 누군지 모를 만한 정도로 과했다. 필요 이상으...

김여주가 알지 못했던 사실 몇 가지. 하나, 나재민은 부회장이 짠 시나리오를 전부 알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를 낼 것인가부터 연관된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까지도. 둘, 현수막이 차를 덮기 전부터 부회장은 사고 장면을 직접 확인하고자 육교 위에서 고고하게 김여주를 응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나는 위치에서 나재민이 심어놓은 사...

나재민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김정우는 뒤 밟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순순히 기다리기만을 자처했다. 비록 속이 끓고, 같이 있던 집은 삭막하기 그지없어 다 때려치우고 싶던 충동이 한 두 번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참아냈다. 김여주가 죽길 결심하며 나재민과 있는 동안에도, 칩거한 채 기다리기만 했다. "...얼굴이 왜 그래." "....." 먹지도...

내원을 아무 때나 해도 된다고 했다. 김정우를 통해 가는 게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도. 개인 번호로 연락해 왔을 때부터 받았던 이상한 느낌은 역시나였다. 수술을 받지 않겠다 말하려 왔는데 김여주가 진짜 대면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여주 씨도 정우 만나는 거 원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스스로 뛰어내린 거라면서요. 그때 명 다했다 생각하고 사라지면...

김여주는 퇴원까지 병실에서 혼자 있고 싶다, 김정우에게 부탁했다. 들어줄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서 택한 수였다. 의료 장비의 대부분이 한석 주머니에서 나왔기에 병원은 김정우 말이 최우선이었다. 나재민이 세워둔 경호원은 단번에 쫓겨났으며, 의료진 외엔 아무도 병실에 출입할 수 없도록 배가 넘는 경호원을 세웠다. 몇 번의 난동이 있었다. 누나 소리 내다...

김정우가 의식을 찾자마자 한 행동은 당연히 김여주를 찾는 것이었고, 호출에 달려온 간호사는 현재 김여주의 상태를 자세히 말해주었다. 얘기를 듣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울었다. 다친 줄 몰라 무심코 움직인 오른쪽 팔은 아픈 줄도 몰랐다. 옆으로 흐른 눈물이 베개를 다 적셔가도록 소리내어 펑펑 흐느꼈다. 간호사는 옆 병실에 김정우가 깨어난 사실을 알...